소소한 프로젝트
“어리석고 불쾌하다.” 첼시의 최전방 공격수 디에고 코스타의 얼굴위로 오버랩 되는 형용사들이다.
바로 며칠 전, 첼시와 토트넘 홋스퍼의 경기 중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아니, 황당함에 헛웃음이 나오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날 첼시의 최전방 공격수 디에고 코스타는 선발명단에 이름을 올리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교체출전의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했다.
이에 불만을 품은 그는 벤치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조끼를 무성의하게 벗어던져버렸고 버림받은 조끼는 조세 무리뉴감독과 코칭스태프 사이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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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무리뉴감독 |
디에고 코스타 |
[참고자료1] Diego Costa's bad attitude. (15-16 14R E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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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ego Costa's bad attitude. |
이는 어느 누가 봐도 무성의하게 조끼를 벗어던진 것 그 이상의 모습으로 보인다.
경기직후, 조세 무리뉴감독은 이 일에 대해 “전혀 문제될 것 없다.”라며 개의치 않은 모습을 보였지만 곧이어, “여태 첼시에서 가장 많은 특혜를 누린 선수”라고 그를 표현하며 자신의 결정과 선택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암시했다.
오늘 필자는 계륵이 되어버린 디에고 코스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Ⅰ. 버림받은 디에고 코스타
결국 디에고 코스타가 선발명단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겪었다. 한때는 신계의 영역까지 위협하던 그가 왜 한순간에 이런 수모를 겪게 된 것일까? 그리고 무엇이 그로 하여금 불미스러운 일을 자행하게 만들었을까?
ⅰ) 변경된 첼시의 전술
우선 이번라운드 첼시의 전술은 드라마틱하게 변경되었다.
공격전술은 Zero-Top전술로 변경되었고 공격의 방향은 측면으로 집중되었다. 그렇지만 좌우풀백의 오버래핑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세스크 파브레가스의 경우에도 공격2선의 움직임 보다는 네마냐 마티치와 함께 수비적인 위치를 고수하며 중장거리 패스를 통해 공격진을 지원했다.
[참고자료2] 첼시의 움직임 변화 (15-16 1R~13R vs 14R E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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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R~13R 선수들 움직임(전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공격) |
14R 선수들 움직임(전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공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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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R~13R 양쪽풀백 움직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공격) |
14R 양쪽풀백 움직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공격) |
[참고자료3] 첼시의 공격방향 변화 (15-16 1R~13R vs 14R E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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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R~13R 공격방향(평균) |
14R 공격방향 |
위의 참고자료를 살펴보면, 선 수비, 후 역습의 형태를 취했으며 역습의 디딤돌 또한 측면공간을 주로 이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측면공간을 이용하면서도 좌우풀백의 움직임은 최대한 통제하여 수비안정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평균 15.7회(EPL 종합 3위)에 달하는 슈팅을 기록하던 토트넘 홋스퍼의 공격진을 무력화시키는데 성공했다. (14R 토트넘 홋스퍼는 9개의 슈팅을 기록했고 득점에는 실패했다.)
[표1] 첼시의 패스성향 변화 (15-16 1R~13R vs 14R E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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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패스성향 |
14R 패스성향 |
비고 |
단거리패스(경기당) |
441회 |
382회 |
13% 감소 |
중장거리패스(경기당) |
60회 |
75회 |
25% 상승 |
패스성향의 변화를 살펴보면, 중장거리패스를 통해 역습형태의 공격전술을 유지했다.
이러한 변화점만 살펴봐도 조세 무리뉴감독이 토트넘 홋스퍼전을 대비해서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맞춤형 전략을 들고 나온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전술은 기본적으로 기민한 공격진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하기에 디에고 코스타는 에당 아자르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ⅱ) 교체출전의 번복
하지만 그가 경기시작부터 불편한 감정을 내비친 것은 아니다. (물론 반복적으로 자신을 클로즈업 하는 중계카메라를 향해 불편한 감정을 나타내긴 했었다.) 그의 불만 섞인 행동이 밖으로 표출된 것은 조세 무리뉴감독이 교체출전선수를 변경한 직후이다.
경기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었을 쯤, 조세 무리뉴감독은 디에고 코스타에게 준비운동을 지시했고 다들 그의 교체출전을 기대했다.
하지만 조세 무리뉴감독은 예상 밖의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은 호베르트 케네디였다.
조세 무리뉴감독은 처음부터 그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던 것이다. 물론 경기양상의 변화에 맞춰 교체출전선수를 변경했을 수도 있지만 필자가 보기엔 가능성이 높아 보이진 않는다. (최근에 조세 무리뉴감독과 디에고 코스타는 경기운영문제로 한두 차례의 설전을 벌인 경력이 있다.)
결국, 무언의 메시지를 받은 디에고 코스타는 이에 분개했고 그로인해 어리석고 불쾌한 행동을 저지르고 만 것이다.
그렇다면 조세 무리뉴감독은 왜 그에게 강도 높은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던 것일까?
Ⅱ. 도끼날을 갈지 않는 목수
최근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도끼날을 갈지 않으면서 도끼가 무뎌졌다고 투덜대는 목수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무리 대단한 목수라도 도끼날을 제대로 갈지 않으면 더 많은 나무를 베어낼 수 없고 결국 목공소를 닫아야 할 것이다.
위의 목수와 그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이번시즌 초 인터뷰를 통해 체중관리 실패로 인해 과체중인 상태로 리그경기를 치루고 있다고 밝힌바가 있다. 헌데 아직도 그 모습은 나아지지 않았다.
[참고자료4] 디에고 코스타 체중변화 (14-15~15-16 EP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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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그의 단순 BMI지수는 24.05로 과체중이다. (188cm, 85Kg, 1988, Male) |
사진출처:http://www.faceoffootball.com/diego-costa-reveals-real-reason-behind-loss-form
Image credit: dailymail, Quotes credit: dailymail
단순히 과체중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자신의 강점이었던 기민한 순간움직임과 탁월한 결정력을 모두 잃어버렸다.
[표2] 디에고 코스타의 변화 (13-14~15-16 LFP&EPL)
시즌 및 소속팀 |
13-14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
14-15 (첼시) |
15-16~14R (첼시) |
득점 |
27득점 |
20득점 |
3득점 |
슈팅(경기당) |
3.1회 |
2.9회 |
2.1회 |
MOM |
6회 수상 |
5회 수상 |
0회 수상 |
불과 2년 전만 해도 그는 일명 신계를 위협하는 독보적인 공격수였다.
날카로운 결정력을 바탕으로 경기당 0.8득점이라는 높은 득점력을 보여주었고 그의 기민한 움직임은 상대수비수들의 혼을 빼놓았다.
하지만 현재의 그에게서는 위와 같은 모습을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그가 기록하는 슈팅은 이상하리만큼 골키퍼의 손끝을 벗어나기 힘들었고 슈팅 타이밍은 갈수록 늦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전방에서의 움직임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다.
최전방 공격수는 적새적소에 찾아가는 활발한 움직임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공격2선의 공격성과 창의성이 만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마치 식사를 끝마친 맹수가 산마루를 어슬렁거리듯 기민하지 못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고 이는 그와 더불어 공격2선의 파괴력마저 감소시키고 있다.
(Chelsea 관련칼럼: http://blog.naver.com/blue_notion/220531142177)
그렇기 때문에 조세 무리뉴감독은 그에게 보다 더 분발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로인해 최근에 그와 한두 차례의 언쟁을 벌였고 이번에는 경기장안에서 그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선택은 그에게 달려있다. 그리고 그는 궁지에 몰려있다.
조세 무리뉴감독은 그에게 최후통첩에 가까운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고 경기직후 인터뷰를 통해 이를 확인했다.
그리고 그는 변화된 전술로써 첼시 팬들에게 작은 희망을 보여주는 동시에 선수기용에 대한 명백한 자율권과 명분을 손에 넣었다. 바로 디에고 코스타의 아둔한 행동 덕분에 말이다.
자승자박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디에고 코스타는 자신의 가장 강력한 아군을 순식간에 가장 무서운 시해자로 돌변시켰다.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무척 궁금하다. 하지만 확실한건 그에겐 시간도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도 많지 않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Angelo. (blue_notion@naver.com) 2015년 12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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