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프로젝트
최근, 3년간 잉글랜드는 빅이어를 품에 안지 못했다. 아니 결승전의 문턱에도 서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자 이곳저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리그수준 하향평준화라는 볼멘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오늘, 필자는 다양한 볼멘소리의 주인공이 되고 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표1] UEFA 챔피언스리그 소속리그별 결과비교표 (05-06~14-15) / (최근기록)
소속리그 |
우승 |
준우승 |
스페인 |
5회(14-15시즌) |
1회(13-14시즌) |
잉글랜드 |
2회(11-12시즌) |
5회(10-11시즌) |
이탈리아 |
2회(09-10시즌) |
1회(14-15시즌) |
독일 |
1회(12-13시즌) |
3회(12-13시즌) |
참고출처:http://www.uefa.com
프리미어리그는 평균적으로 지난 5년 동안 매년 두 팀 이상을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문턱 너머로 들여보내곤 있지만 그 결과는 썩 좋지 못하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잉글랜드가 가지고 있는 좋은 기록이 모두 낡은 기록이라는 점이다. 작년 같은 경우, 16강에는 3팀이 진출했지만 8강에는 단 한 팀도 진출하지 못했다.
[표2] UEFA 유로파리그 소속리그별 결과비교표 (05-06~14-15) / (최근기록)
소속리그 |
우승 |
준우승 |
스페인 |
6회(14-15시즌) |
2회(11-12시즌) |
포르투갈 |
1회(10-11시즌) |
3회(13-14시즌) |
잉글랜드 |
1회(12-13시즌) |
2회(09-10시즌) |
우크라이나 |
1회(08-09시즌) |
1회(14-15시즌) |
러시아 |
1회(07-08시즌) |
0회 |
독일 |
0회 |
1회(08-09시즌) |
스코틀랜드 |
0회 |
1회(07-08시즌) |
참고출처:http://www.uefa.com
그리고 UEFA 유로파리그의 상황은 더욱 좋지 못하다. 지난 10년 동안 1회의 우승과 2회의 준우승만을 차지했을 뿐이고 이 역시 모두 낡은 기록이다.
이러한 저조한 성적은 결국 리그수준평가에서 낮은 평가를 유도하며 결과적으로 유럽대항전의 출전자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표3] UEFA 리그수준 비교표 (07-08~15-16~ing)
07-08~11-12 |
08-09~12-13 |
11-12~15-16~ing |
|||
소속리그 |
점수 |
소속리그 |
점수 |
소속리그 |
점수 |
잉글랜드 |
84.410 |
스페인 |
88.025 |
스페인 |
95.285 |
스페인 |
84.186 |
잉글랜드 |
82.963 |
독일 |
75.320 |
독일 |
75.186 |
독일 |
79.614 |
잉글랜드 |
72.659 |
이탈리아 |
59.981 |
이탈리아 |
64.147 |
이탈리아 |
69.272 |
참고출처:http://www.uefa.com
위의 자료를 살펴보면, 잉글랜드는 성장세보다는 지속적으로 하락곡선을 형성하고 있고 그 하락폭 또한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참고자료1] UEFA 리그수준 비교표 (11-12~15-16~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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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시즌 점수격차(잉글랜드 vs 이탈리아): 3.893 / 총점격자(잉글랜드 vs 이탈리아): 3.387 |
참고출처:http://www.uefa.com
가장 큰 문제는 이번시즌을 끝으로 이탈리아와의 격차를 유지해주던 11-12시즌기록이 삭제되어 자칫 잘못할 경우 이탈리아에게 3위 자리를 내어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잉글랜드는 유럽대항전 출전자격을 1장 잃어버리게 되고 이는 결국 악순환의 고리가 되어 잉글랜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Ⅰ. 눈앞의 이익을 위해 아둔한 생각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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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털 원 컵 |
사진출처:http://www.capitalonecup.co.uk
이러한 상황에 놓이자, 프리미어리그는 리그부흥을 위해 여러 가지 묘수를 생각해내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캐피털 원 컵(리그 컵)의 폐지이다.
잉글랜드는 다른 리그들보다 상대적으로 한 개의 대회를 추가적으로 더 개최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캐피털 원 컵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2주에서 6주간의 휴식기를 갖는 다른 리그들과는 다르게 프리미어리그는 거의 유일하게 휴식기가 없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에 프리미어리그는 FA컵 이외에 추가적인 컵 대회인 캐피털 원 컵을 폐지하고 그 기간 동안 휴식기를 가져 리그경쟁력을 확보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런 의견을 듣고 필자는 각각 한 가지의 의문점과 궁금증을 품게 되었다.
필자가 갖은 의문점은 프리미어리그가 주장하는 의견의 타당성이었고, 그 궁금증은 캐피털 원 컵의 가치였다.
ⅰ) 과오는 보지 못하고 환경만 탓하다.
“환경을 탓하다 보면 그 탓함에는 끝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 필자가 보기엔, 현재 프리미어리그가 처해있는 상황과 딱 맞아 떨어지는 말이다.
추가적인 대회로 인해 휴식기가 없고 이것이 리그의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일부 의견은 눈앞의 어려움 때문에 뒤에 있는 탐스러운 열매를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물론 부족한 휴식기는 선수들에게 과중한 체력적 부담을 안겨주고 부상의 빈도와 정도를 높여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그들의 의견이 옳다고 주장하긴 힘들다.
[표4] 3대 리그 부상자 현황 (15-16~1.16)
소속리그 |
프리메라리가(스페인) |
분데스리가(독일) |
프리미어리그(잉글랜드) |
총 부상자 |
68명 |
103명 |
76명 |
평균 부상자(팀당) |
3.4명 |
5.7명 |
3.8명 |
15-16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 팀 부상자 현황 |
바로셀로나: 4명 |
바이에른 뮌헨: 13명 |
아스널: 7명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2명 |
첼시: 2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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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스부르크: 6명 |
|||
레알 마드리드: 1명 |
맨체스터 시티: 5명 |
위의자료를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프리미어리그의 부상자가 분데스리가보다 적은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분데스리가는 프리미어리그보다 소속팀이 두 팀 적은 18개 팀이다. 그로인해 리그경기는 4경기나 적고 일반적으로 겨울에 2주가량의 휴식기를 갖는다.
[참고자료2] 분데스리가 부상원인 (15-16~17R 분데스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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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로 인한 부상: 29.1% / 훈련으로 인한 부상: 21.0% / 그 외 부상: 49.9% |
참고출처:https://fussballverletzungen.wordpress.com
그리고 평균적으로 경기 중에 부상을 당하는 경우보다 일상생활 또는 훈련 중에 부상을 겪는 경우가 더 많기에 그들의 주장이 오롯이 옳다고 이야기 할 수 없다.
더 나아가, 잉글랜드의 캐피털 원 컵은 1960년부터 시작되어 오늘날 56회째를 맞이하는 유서 깊은 컵 대회이다. 즉, 프리미어리그에 새롭게 영향을 미친 요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이 주장하는 의견에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Ⅱ. 캐피털 원 컵의 가치
그렇다면 캐피털 원 컵은 잉글랜드 축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까?
ⅰ) 전통이 묻어있는 유서 깊은 대회
캐피털 원 컵은 프리미어리그 이전시대부터 내려오던 잉글랜드 축구의 전통이 묻어있는 유서 깊은 대회이다. 그리고 대회를 만든 이유역시 스포츠가 지향해야 하는 방향을 그대로 걷고 있다.
캐피털 원 컵은 리그경기와 FA컵에서 소외된 중소클럽들의 사기진작과 동기유발을 위해 만들어졌다. 즉, 일부 클럽에게 집중되는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다.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모두 동등한 기회와 조건을 부여받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리고 환경으로 인한 제약이 있을 경우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주어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러한 원칙과 나란히 서있는 캐피털 원 컵은 그 존재만으로도 잉글랜드 축구를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ⅱ) 중소클럽들의 희망 그리고 그들만의 목표
일반적으로 중소클럽들은 부족한 재정과 기반으로 유럽대항전과 같은 대규모 대회에 참가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며 꾸준함이 필요한 리그에서도 상위권에 기록되기 무척 힘들다.
이러한 상황에서 FA컵과 캐피털 원 컵은 중소클럽들에게 한줄기 희망의 빛으로 다가온다. 특히, 상대적으로 참가팀이 적고 관심도가 낮은 캐피털 원 컵은 중소클럽들에게 더더욱 큰 희망으로 다가온다. (FA컵: 아마추어클럽까지 출전가능 / 캐피털 원 컵: 프로클럽까지 출전가능)
캐피털 원 컵이 중소클럽들에게 희망의 빛으로 다가올 수 있는 이유에는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값진 혜택 때문이다.
캐피털 원 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릴 경우, 다음시즌 UEFA 유로파리그 출전권을 획득하기에 이는 중소클럽들에겐 매우 달콤한 유혹으로 다가올 것이다.
더군다나 캐피털 원 컵의 경우 준결승전전까진 단판승부로 경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중소클럽들에게도 승리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준결승전부터는 Home & Away 방식으로 진행한다.)
[표5] 캐피털 원 컵 결승기록 (05-06~14-15)
시즌 |
우승 |
준우승 |
05-06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
위건 애슬레틱 |
06-07 |
첼시 |
아스널 |
07-08 |
토트넘 홋스퍼 |
첼시 |
08-09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
토트넘 홋스퍼 |
09-10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
애스턴 빌라 |
10-11 |
버밍엄 시티 |
아스널 |
11-12 |
리버풀 |
카디프 시티 |
12-13 |
스완지 시티 |
브래드포드 시티 |
13-14 |
맨체스터 시티 |
선덜랜드 |
14-15 |
첼시 |
토트넘 홋스퍼 |
실제로, 10-11시즌에 버밍엄 시티가 캐피털 원 컵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이듬해 UEFA 유로파리그에 진출했다. 그리고 12-13시즌에도 스완지 시티가 캐피털 원 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고 위와 같은 혜택을 받았다.
더 나아가 06-07시즌에는 첼시가 캐피털 원 컵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프리미어리그 2위를 기록하며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획득하였고 그로인해 프리미어리그 7위였던 볼턴 원더러스가 UEFA 유로파리그 출전권을 어부지리로 획득했다.
(06-07시즌, FA컵 우승팀은 첼시였지만 리그2위로 이미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획득한 상태였고, 결승전 상대였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역시 리그1위를 기록하며 이미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획득한 상태였다.)
이처럼 캐피털 원 컵은 중소클럽들에게 유럽대항전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그로인한 부수적인 수입을 통해 클럽운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리그경기와 유럽대항전, FA컵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은 중소클럽들은 캐피털 원 컵의 우승컵을 들어올리기 위해 1년 이상을 준비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단순히 상위그룹만을 위해 하위그룹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사료된다.
ⅲ) 프리미어리그의 등용문
불행 중 다행히도, 캐피털 원 컵은 상대적으로 참가팀의 수가 적고 그 관심도도 낮기에 일부 상위그룹에서는 캐피털 원 컵 경기에 일반적으로 1군을 기용하기 보단 2군 또는 유망주를 기용하는데 여기서 의도치 않은 효과가 나타난다.
바로, 굵직한 유망주들의 등용문으로 캐피털 원 컵이 활용된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세스크 파브레가스나 존 테리, 데이비드 베컴 등과 같은 걸출한 선수들이 캐피털 원 컵을 통해 프로무대에 데뷔했다.
ⅳ) 스포츠 정신과 나란히 걷고 있는 대회
캐피털 원 컵은 스포츠가 추구해야 하는 즐거움을 누구보다 강렬하게 쫒고 있는 대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스포츠에 열광하고 환호를 보내는데 에는 각각의 다양한 이유들이 존재하겠지만, 그중 으뜸인 것은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며 대리만족을 얻는 것일 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간혹 일확천금이나 소름 돋는 반전과 같은 일들이 일어나길 꿈꾸는데 이러한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는 곳이 바로 스포츠의 세상이다.
영화에서만 봤던,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무명선수가 한 순간에 스타의 반열에 오르고, 평범한 사람이 특별한 사람의 콧대를 꺾어 놓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보면서 그 짜릿함에 웃음 짖고 희망을 품으며 가끔은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다양한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하는데 캐피털 원 컵은 그러한 조건들 중 많은 부분을 포함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캐피털 원 컵은 소속리그의 발전을 넘어 그 존재자체에 특별한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Ⅲ. 자신의 허물은 보지 못하다.
최근 프리미어리그가 내놓은 리그부흥의 묘수들을 보고 필자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들이 내놓은 대부분의 묘수들이 본질에 대한 고찰 없이 순간의 잘못을 모면하기 위한 동족방뇨식의 제안들이었기 때문이다.
리그수준을 객관적으로 비교평가 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고 우스운 일일 순 있겠지만, 프리미어리그가 건네주던 감흥이 많이 소실되거나 변질된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반드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해결책을 구하기 위해선 그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모습을 바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주변 환경을 탓하기 전에 자신들의 시스템을 살펴보고 타 리그의 시스템과 비교평가 해야 하며, 유소년 시스템의 정비와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구상 그리고 현실에 안주해왔던 지난과오들에 대한 반성도 선행적으로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저작권자 ⓒ Angelo. (blue_notion@naver.com) 2016년 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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